엄니, 손잡고 미장원 따라 간날.......
97년도 일기니까...
제가 마흔 네살적이고 어머님은 일흔여섯 연세였을적,
오늘은 어머니와 머리 깎기로 약속헌 날......
도대체가 이발한게 맘에 안드신다며 담에 머리 깎을땐 꼭 같이가자고
몇날을, 티비보는중에 내머릴 만지작이며 다짐을 언질 하신다.
(흐미......퓨휴~, 한번 한다면 하고말아야 직성이 풀리시는 어머님)
어머님, 당신이 만든 작품(?)이지만
아무래도 맘에 안들어 하시는 나의 두상은 사실 좀 납작한 편이다.
그래서 이발을 할적마다 머리가 곧추서고,,,,이쁘게 안나온다.
내가 봐도 그럴진데.....어머님이 보시는 아들 머리가 오죽하랴...
어머님 딴엔 귀한 아들 머리를 도저히 이대로 놔둘수 없다는게다.
하여튼, 어느날.....
시내 잘 하는데 있다고 다짜고짜 따라 오라며 앞장서시는 어머님을 따라
소금가마 짊어진 나귀마냥 꺼이꺼이 .....끌리듯 석 미용실엘 갔다.
석 미용실은 적어도 이 지역에선 A 급 미용실,
주로 신부화장과 웨딩을 많이하는 전문 미용실이며 규모도 꽤크다.
어머님 성깔(?)에 벌써 원장선생님 한테 전화까지 해놓구선....
미용실에 들어서니....벌써,,,,붉어진 느끼함이.....
젊은 미용사가 여기 앉으라는 것두 본체만체 하곤,
기어이 원장전용 뒷켠 별실까지 나를 끌다시피 간 어머님은
꼭 원장님이 손봐줘야 한다고 버티시는 것이었다.
벌써, 분위기가,,,,(차마 소리내어 웃지는 못하지만 먼저온 손님들일랑
갸륵하고, 엉뚱함에 휘둥그레지면서도 속으로는 키득키득.....)
등짝이 후끈거리며 숨도 제대로 못쉬고 이판 사판 심정일따름,
빙긋빙긋 웃으시며 여자 원장님이 커트를 하기 시작한다.
어머닌, 제발 가만좀 계시지.....그 와중에서도,
여기를 좀 파마해서 넘기면 어쩔까요,
뒷꼭지가 납닥하니 요렇게 해서 좀 살리고.....
머리숱이 적은데, 요새 머리 나는 좋은약은 없냐는둥......
낫살이나 든 힐끔한 머리의 다큰놈을 앉혀두곤
완죤히 동물원 원숭이가 따로 없다.
민망 + 쪽팔림 + 아찔한 현기증 + 못말려....차라리 눈을 감고만다.
헤프닝이다.....커트중에 삐삐가 오고 핸드폰이 울리고....
다깎은뒤, 의기 양양하게 나서는 어머님을 쭈뼛쭈뼛 따라나서는데
어머님 왈,
"니 또 딴데서 머리 깎고 올까봐 맘이 많이 졸렸다야,
인자, 기준 딱 잡아 놨으니 꼭 여기서 깎아라, 잉~ "
1997. 4월 어느날....어머님 맘 편하게 해드릴려고 무지 애쓴날
2001. 3 . 31
까망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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