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은 출판기념회
작지만 아름다운.....
1월 20일은 내 친구 재순이가 첫시집
'누가 내 식탁들을 흔드는가'를 내게 준 날입니다.
나는 재순이를 위해 혼자서 내집 거실에 색종이로
오밀조밀 출판기념 축하장을 차렸습니다.
남편이 만들어준 붕어찜을 주메뉴로,
내가 만든 찹쌀부꾸미를 축하떡으로 조촐한 축하상도 차렸습니다.
재순이는 국화향 그윽한 찻잔을 앞에 두고 표제시를 낭송했고,
재순이 남편과 나는 박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내가 차린 저녁밥을 만찬처럼 먹었습니다.
가난에 찌들고 시집살이에 찌든 재순이가 시인으로 거듭난 것이
너무나 대견하고 기특하여 책을 그냥 받기 뭣해서 궁리끝에
소꼽장난처럼 그러나 진지하게 준비를 했습니다.
나는
빛바랜 나의 중학교때 앨범을 재순이의 출판기념선물로 주었습니다.
재순이는 세상에서 중학교 앨범을 제일 갖고 싶어했기 때문입니다.
집안 형편이 너무나 어려워 앨범을 못샀기 때문입니다.
재순이 부부는 집에 돌아갈 때
그 낡은 앨범을 신주단지 모시듯 소중히 품에 안고 돌아갔습니다.
내 친구 재순이의 시집 '누가 내 식탁들을 흔드는가' -
참 잘 쓴 시들이 많이 들어있어 가슴 뿌듯합니다.
위 글과 사진은 ....들꽃풍경 카페의 참나리님 (57세. 현직 강화도에서 초등학교 교사) 께서 친구인 이재순씨를 위해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가지면서 적은 일기를 요약한 글입니다.
너무 감명스러워 스크랩 해두고요 커피 한잔 할적에 간혹 꺼내 본답니다. 친구의 우정과 사랑이....너무 아름다워요. 뭉클하구요.나눈다는것...참 진솔한 마음이지요. 그중에 마음을 나눈다는것이 참 크게 보여집니다.
작지만 큰사랑.....조촐하지만 자랑스러운....출판 기념회비록 그자리에 없었지만 누구보다도 축하, 축복해드리고 싶어요^^
참나리님께서 친구 이재순(필명 이 정)님의 詩 두편을 낭송해 주셨습니다.
<가까운 길 두고>
봄 한철 햇살 익어
겨우내 보이지 않던 앞산이 가깝습니다.
진달래 개나리 분지르며
산에 가고 싶던 마음 되살아나고
발길 長壽山으로 향합니다.
환하게 분홍빛 꽃들 만발하고
내 마음 한켠 헛간에 볕이 듭니다.
미루고 접어 두었던 것들이 문득 환해집니다.
아늑하고 따뜻한 것들이
진달래 잎새에 고여 있습니다.
꽃들 다투어 燈을 켜들고
잃어버렸던 말들 찾기에 골몰합니다.
가뿐한 것들이
감탄사를 발하며 높이 걸려 있습니다.
꽃무리 속에 찰랑거리는
혼령들 일어나 손을 흔듭니다.
마음이 눈뜨는 자리 거기 있어
가까운 길을 두고 멀리 돌아옵니다.
봄날 한철 아름다워
또 한 生을 살려고 꽃물들어 옵니다.
<붉은 고추가 되기까지는>
땡볕에
고추나무하나
서 있다.
출구도
없이
온 몸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서슬 퍼런
속뜻을
발설하지 않았다.
더불어....깔끔하시면서 소담하시고.... 동화작가 이신 "참나리"님의 예쁜 동화 (창작) 한편을 읽어 드릴께요^^동화속에서 살아가는 마음가짐과 함께하는 여러 마음을 보고 느낍니다.내세움 보다 보듬고, 배려 하는 마음이 .... 제가 읽어 드릴께요^^
<바람의 친구>
산마을의 바람은 늘 뽐내기를 좋아합니다.
산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면서 언제나 큰소리를 칩니다.
“참나무가 살랑살랑 춤을 추는 건 내 덕분이야.”
“소나무가 우우! 노래하는 것도 모두 내 덕분이지.”
산골짜기에서 흐르는 냇물이 말없이 미소를 짓습니다.
“야, 냇물아, 내말이 틀리냐?”
그래도 시냇물은 미소만 짓습니다.
참나무가 상수리 무게를 못 이겨 후두두! 후두두! 상수리를 떨어뜨립니다.
그 옆의 산밤나무도 에구구! 에구구! 알밤을 떨어뜨립니다.
바람이 냇물에게 말합니다.
“냇물아, 쟤네들이 떨어지는 것도 모두 내 덕분이란다.”
그래도 냇물은 웃기만 합니다.
하늘 높이 기러기 떼가 날아갑니다.
“냇물아, 쟤네들이 저렇게 날아다니는 것도 모두 내 덕분인 거 너 모르지?”
냇물은 부드럽게 미소만 짓습니다.
바람은 말없이 웃기만 하는 냇물이 답답했습니다.
이렇게 맹숭맹숭한 아이랑 친구하자고 한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를 그만두자고 할까?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바람은 마지막으로 냇물을 약올려주고 달아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야, 냇물아, 너는 도대체 하는 일이 뭐니?”
미소만 짓던 냇물이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저 위 골짜기에서부터 조그만 돌멩이들의 발을 닦아주면서 내려왔어. 평평한 곳에 닿으면 큰 바위님들의 발도 닦아드리지. 그리고 돌멩이도 바위님도 없을 땐 작은 모래알갱이들의 발을 닦아준단다. 그리고 나무가 하는 노래를 들어주고 산새들이 부르는 노래도 들어줘. 나는 내가 발을 닦아줄 때 깔깔거리고 웃는 모래알들이 너무나 사랑스럽단다. 바람아, 너 사랑이 뭔지 아니?”
냇물의 말에 산골짜기의 모든 나무들이 박수를 쳤습니다.
풀들도 따라서 박수를 쳤습니다.
날아가던 산새들도 박수를 쳤습니다.
바람은 갑자기 냇물 앞에서 부끄러웠습니다.***
봄볕이 완연한 2월입니다.새해가 밝았나 싶은게 엊그제 같은데 하마 (음력) 설날이네요.작년만 못하다....유례없는 불경기이다고들 합니다.비록 넉넉하고 여유 있는 설마음이 아니시더라도 내일을 기리는 좋은 맘으로 화목한 모임과 만남이 되어지시고가내 두루 평안 하심과 하시는 일이 꼭 잘 되어지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작지만 아름다운 출판 기념회를 축하해주시구요,새봄의 흙내음을 두팔벌려 아름으로 가득 안아내시기를 바램합니다.
2007. 2. 16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잔잔한 가요모음
노래 들으시며 명절때 호들갑스러운 맘 차분히...
커피 한잔 더불어 쉬세요^^
-
Tea hunter2007.02.16 18:53 신고
나쁘고 못난일보다는
답글
기쁘고 아름다운일들이 많은 세상이구나..
님 덕분에 아름다운 사진 ,얘기
설 선물로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아름다운 얘기에 눈이 젖어오네요.
답글
사진의 주인공.. 재순 시인님이신것 같아요.
평화로운 표정으로 무슨생각을 하시는지.. 고운 모습뵈오니 더 방갑고요.
-누가 내 식탁들을 흔드는가--타이틀도 정답습니다.
몇분이셨지만 세상에서 가장 작은 출판기념회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출판기념회였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준비해주신...붕어찜과 찹살부꾸미...
그리고 선물 ..중학 졸업앨범까지..
아름다운 한장의 그림으로 제 기억속에 보관하겠습니다.
훈훈한 얘기 글로 소개주신 하양필통님께도 감사드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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