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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며 생각하며

MBC, MBC, 우리 엠비시~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1. 4. 15.

 

MBC, MBC, 우리 엠비시~

 

 

 

*
박형,
오늘은 맘이 좀 그렇군요.
늦어진 퇴근길......하루내 지쳐진 맘 어덴들 몸뉘여 쉬어 볼까나 하여
마즈막재 너머 산자락 길따라 빈 마음으로 돌아내 봅니다.

이밤사, 높맑은 반쪽달이 퍽이나 하얗다 못해 시리군요.
언덕배기에 차를 세우고선
어둔 물살에 일렁이는 달빛을 내려보며 담배 한개피 퓨휴~
허멀건 담배연기 자락에 지나짐이 덕지덕지 묻어나고......
되돌아 나서는 길에, 길섶 조고만 까페에서
커피 한잔의 작은 여유를 가져봅니다.

다갈빛 커피 내음 따라 하얀 여백을 깨알깨알 끌적거려봄은
내것이기에 소중하구요,
적어도 그시간 만큼은 착해진 기분에 혼자 좋아라 합니다.
헛허허허허

 

 

 


박형,
봄날 어느날엔가?
불쑥 뜬금없는 예쁜 목소리의 아가씨 전화에
오후 내내 들떴던 기억이 새롭네요.
영문을 알턱이 없이 만남은 MBC 작가 선생님과 PD 님을 뵈었는데
"화제집중" 이라는 프로를 취재 한다는 것이지 뭡니까?
아마도......저의, 선천적 쏘다님증후군에 후천성 못말림 증세가
꽤나 "맹"하게 여겨졌나 보죠?
하여간에 얼떨결에 취재 촬영을 마치고선.....
상당기간을 딴엔 멋적고 내심 설레었답니다.

우리 고장만의 -
보통사람들의 질펀한 소시민의 살아내는 얘기를 엮어낸 프로로서
평범한 우리네 사이에선 꽤나 정감잇게 안기어온 프로로 기억나네요.

박형,
전 촬영을 하는동안에 그들과 접하면서 새삼, 언론이라는것
방송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새겨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뭐랄까.....우리가 그냥 생각하기에는 흔히 방송사, 또는 방송인은
좀 색다르고, 또 거들먹이듯 으쓱해 하는 그런것으로만 비쳤던 생각이
전혀 무안하게시리
정말 펑퍼짐한 솔직 담백함에 많이 놀랐다고나 할까요?

촬영동안, 내내.....
화장끼 없는 작가선생님과 입술이 부르튼 앳띤 PD아가씨,
그리고 카메라 기사님의 안스러울 정도로 애씀이 아직도 눈에 선하군요.

작은것에서도 알수 있듯이 권위를 떨쳐내고 지역내 누구라도
먼저 다가서는 그런맘이 역력하게 엿보여,
정말, 작고 하찮더라도 소중히 살펴내며 저간의 소리에
진솔하게 귀를 기울이는 애씀이 차라리 아름다웁다고나 할까요?

 

 

 



박형,
10년 남짓, 수안보출근길에
호암지를 끼고 시원하게 내친 길녁 언덕배기에MBC 방송사를 지나칠적마다
파란 하늘 더불어 깔끔하고 정갈함이 언제나 좋아서
초록 잔디에 그냥 드러누울까 보다 하는 생각도 든적이 있어요.

어언 30년 이라니.....참 감회가 새롭죠?
지나온 것도 소중한 자취입니다.
우리 고장 충주와 함께 하여온 충주MBC......

하늘길, 뫼길,물길따라 산좋고 물맑고 신선한 바람....
그리고 한식구 같은, 누구라도 알만 한듯한 우리네 삶터,
우리고장 충주는 뉘 뭐래도 언제라도 좋은맘입니다.
이제, 언제라도 그렇듯이 앞으로도 오래오래 우리라 하여
함께 숨쉬어 가는 우리 MBC 이길 바램하네요.

MBC 방송사의 무궁한 발전과 직원 여러분의 건승하심을 기원드리며....

2000. 10

 

 

 



윗글은 충주 MBC 창사 30 주년 사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박부장은 저의 오랜 지기이며 97학번의 동지이기도 하죠.
신학을 하다가 중도에 그만둔 사연과 지금은 늦으막에
대학원에 적을두고 학문적 탐구에 새맛을 얻고 산답니다.

 

 

2001.   4.  15.정리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