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그랬어요...오늘도 그렇네요.
저녁을 먹고나선 베란다 문과 출입문을 활짝 열어제끼고선
밀대로 대충 거실과 작은방들을 밀고
안방은 한번 더 빨아서 닦아내고
옷장도 가지런히...책상위에것들도 버릴건 버리고, 제자리에..
신문도 가지런히...
거울보구 머리도 한번 빗고....다 했다 싶으면...형광등을 꺼버린다음
토막초에 불을 붙이고선
커피 한잔에 깊숙한 담배 한모금 몰아쉽니다.
어쩜 그리도 정갈하고 단정한 기분이네요.
그리고선 아껴둔것을 살곰히....살그머니 펼쳐 본답니다.
거기엔 몇몇 친구가 띄워준 예쁜멜이 헤죽~ 웃으며 반가이 맞아주니까요.
어떤날엔 샐쪽하여 뾰루퉁하기도 했고
어떤날엔 작은 어떤것에 아늑하기도 하고요,
또 어떤날엔 하늘보구 욕과 삿대질에 맞장구를 치기도 하고,
또 어떤날엔.....나를 한껏 붕붕하게 하기도....
또 누구는 한세월 살아냄을 토하는양 동병상련의 허 함을 나누기도...
나이 먹은대로 제 처지껏 얘기를 나누곤 합니다.
오늘은 두분에게서 멜을 받았는데.....
한분은,
그랬었구나...그랬었었구나....하여 새삼 지난 동안에 무난하였다함을
쑥스런 맘에 배시시 하였구요,
비록 차 한잔의 마주함이 없었더라도 참 살가웁다 함을 가집니다.
한분은,
교정공무원(인듯)....교도소에 면회온 모양들을 가끔 들려주시면서
맨 마루에 쭈그리어 회한의 모습이 참 애잔하다고 애석해 하시죠.
오늘은 중3 딸애때문에 몹시 노기에 차 지쳐진 모습이더라구요.
도저히 어찌 할수 없는 빗나감에 허탈해 하는 아빠의 모습이었습니다.
오랜동안.....컴을 붙잡고선 무던하게도 지나온 날들이네요.
서울 올라온지도 꼬박 1년이 넘었구요....
첨 얼마간엔 컴이 없어서 (현장이 정리가 안돼어)...
세상에... 이 나이에 피시방을 기웃대기도 했드랬나요?
하니....우스우면서도 ....
돌아봄은 적잖이 쉽지만은 않았노라 합니다.
조금은 지치고 힘든적도 없잖아 있었구요,
상대적으로 쳐진듯한 그런맘에 행여 허허로울새라
차 한잔의 핑계로 훠이훠이...나들이를 마실삼아 나서기도 하지요.
하여도....
이마마한것만도 그리 감사한답니다.
엊그젠 마누라 한테 소곤소곤 전화가 왔었는데요....
큰놈이 제대하구 와서 빈둥빈둥 뒹굴면서 혼자서 갸우뚱거리며
발을꼬고서 천정을 바라보며 궁시렁하드래요.
"아빠가 많이 변했네...성질도 많이 죽구.....많이 순해졌어....
어깨도 좀 쳐지고 기죽어 보이구.....
나이가 진짜 들었나 보네....나이 먹으면 그런가....?"
혼자서 궁시런하는게 우습기도 하고 군대 갔다오더니
제법 뭔가를, 장남 행세 하는것 같다며
(기가 찬듯^^ 딴엔 대견하여) 소곤 소곤 일러바칩디다.
헛허허허허.....
지난주 어느날, 딸애가 며칠째 학교를 안가고 대들고, 책을 북북 찢고
그런다며 숨넘어가는 소리에 밤중에 서둘러 집엘 내려 갔지요.
집에선 예전 내 성깔대로라면 한바탕 와장창 할터인데 하여
바짝 시야시가 되어 한밤중에 들이닥친 저를 경계합디다.
둘째 딸애방에 들어가 1시간이 훨씬 넘도록 암말도 안들리고 뭘 했는지
담날부턴 딸애가 180도 바뀌어져 오빠한테나 엄마한테 잘한다는거예요.
학교도 잘가고 방도 잘치우고 부억일도 거들고....
컴퓨터 하다가도 오빠한테 양보도 하구요,
놀래갔고....???
장남하고 마누라는 둘이서 며칠동안 그게 그렇게도 궁금해서
갸우뚱 갸우뚱....둘이 뭔말을 했을까? 도대체....뭔말을 했기에....
전화가 왔어요 더 이상 궁금해서 못참겠노라고 장남이 물어보라 했다며
"그날 진짜...뭔말 했대요?"
"뭔말하긴 ?...그냥 뭔말 했지..." 하고 얼버무리고 말았어요.
그날 딸애와 많은 얘길 속깊이 나누었답니다.
미안하다....요즘 아빠가 좀 그렇구나....
아빠도 떨어져 혼자 있는게 쉽지만은 않구나....
너희도 한참 커나가는데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겠니...
힘들더라도 좀 견디고 참아내 보자...
지방학교라고 너무 기죽지 말고 이제 3,4학년만 열심히....
영어과니까....졸업할적에 쑤알라 쑤알라 영어만이래두 잘한다면
아무리 취업대란이지만 또 어떻게 될수있지 않겠니?
명문대 나온애들도 취직이 안돼서 난리라는데.....
아빠가.... 미운만큼..... 오기로라도 더 열심히 하거라....
쓰다듬어 주었지요,,,,그리고 안아도 줬지요.
다 컸습디다....애기로만 알았는데....
올 겨울 방학땐 지 용돈 모은데다가 보태서...
쌍꺼플 수술이라도 해주고픕니다
큰놈은 답답하리만치 무디고, 둘째는 욕심도 많고 예리하지요.
둘째는 언제나 오빠만 잘해준다고 사실 불만이 꾹꾹합니다.
오빠는 지 가고싶은 (월사금 비싼) 사립대를 갔는데
지는 지방 국립대를 억지로 떼밀다시피 했노라는.....
사실 그랬지요.
방 얻어주랴.....비싼 월사금에....용돈까정....답이 안나오더라구요.
딸애한테 그랬습니다.
"사실 아빠가 IMF 에 회사 문닫고 그만둔후 뭣좀 잘해볼까 하다가
그만 그나마 다 까먹어 버렸구나...어쩌랴,,,이제....
하지만, 아빠가 그래도 애쓰고 있다는걸 조금 이해하려므나."
그랬었지요.
서울살이 1년....아파트 분양사무실 실장으로 수개월 지내고
조그만 건설사 관리이사로 명함은 있습니다만 아시다시피....
이사라는 직책이 (고급) 일용직이더라구요. 헛허허허허허,
다행히 건설붐이 일고 있어 다음 건설 현장의 소장으로 잘하면....
물론 딱 정해진건 아니지만서두.
호텔 생활 15년에 웬 건설현장 이랄수도 있지만
호텔생활이 여성스런 세련된 칼라 맛깔이라면
건설현장은 잿빛 시멘트에 비록 (속칭) 노가다 랄수 있지만
우격다짐과 거나함속에 또 굉음과 먼지바람 속에서도
라면을 끓이어 후르륵 후르륵 하는 사람사는 테두리더라구요.
아무려나,
그나마...이마마한것만으로도 무난함이 감사하지 아니할수 없습디다.
이 겨울...올핸 겨울이 짧다는게 그냥 다행스럽습니다.
아직도....서울역이나 남대문 지하도엔 정착하지못한 노숙자들이
꽤나 있습디다.
길가다가 눈에띄는 것들.....
선물용 장난감-25개 미니카세트 10,000원....
.크고 작은 계산기 3개 세트 10,000원.....
지구본과 애들 오토바이를 주르르르.....
프라타나스나 은행이파리가 회오리치듯 뒹구는 보도블럭에
즐비하게 기대어 세워 놓은체
발을 동동 구르는 마스크아저씨가 언제나 그자리입니다.
이 겨울...따순 겨울이었으면 합니다.
오늘 얘기는 조금 눅눅하다 하는맘입니다.
날이 많이 차가와 졌습니다.
커피 한잔에 다순맘을 나누십시다.
오늘도 좋은 맘^^
2001.12.5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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