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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며 생각하며

니가 날 버리는게 아니구....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1. 4. 12.

"니가 날 버리는게 아니구
내가 널 보내는 거야"

정민이가 한때 사랑하였던 그네에게 마지막으로 건네어 준 한마디.
낙엽 수북한 공원 벤치에 고개숙인 그네를 뒤로하고
버썩,버썩......마른 낙엽더미를 끄질르며 걸어가는 뒷모습은......
차마,
내비치지 못하고 글썽거림을 삭히어선
잿빛 하늘을 우러르곤 가만히 맘을 접는다.

 

 



연속극 얘기다. 유선 방송으로 재방된 오래된것,
빈 사무실에서 맹한 맘으로 커피 한잔,
그리고 아스라한 기억을 들추어 본다.
이젠 허옇게 바래진 것들......

자명종 시곗바늘을 요리 조리 돌려 내듯이
지나감을 되돌려 낼수 있다면,

치렁한 긴머리 곁에 스쳐나는 스산한 갈바람따라
뒤로하여 가는 그네에게 -

"니가 날 버리구 간게 아니구
내가 널 보내는거야....."

진즉 이말을 알았더면 써 먹었을건데......

 

 



근데, 나에게도 그만한
애틋하고 글썽거릴만한 하얀 헤어짐이 있었남?
골똘.....
에구.....그만한 헤어짐을
차라리 갖구 싶더이다.

정말 누군가와 살폿한 사랑을 하고
그리고 낙엽따라 헤어져 봤더면.....연속극 주인공처럼,

2000. 11. 21
빈속에 맹물 마시고 맹숭헌날

서울살림 시작한지 얼마 안돼어서.....
고여진 물에 이끼 끼듯이, 전혀 기척이 없는 사무실에서
종일 멍하게 지나다보니 별 생각이 다 좋다.
PC 방에서 게시판에 띄운 글

 

2001.    4.   12,

까망가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