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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며 생각하며

비....그리고 "나비"....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5. 9. 11.




 

 

 

 

 

 

 

 

 

 

옛 사람을 기다리는 동안은창 밖에 비가 와도 좋다.

밤은 넝마처럼 시름시름 앓다 흩어져 가고,

자욱한 안개 님의 입김으로 조용히 걷히우면 하늘엔 비가 와도 좋다.

세상은 참 아프고 가파르지만 갈매기도 노래하며 물을 나는데,

옛 사람이 그리울 때만은 창 밖에 주룩주룩 비가 와도 좋다.

옷이 다 젖도록 비가 와도 좋다. 이 외 수

빗방울이 현란하게 퉁겨지고 튀깁니다.

밤이 넝마처럼 시름 시름 아파갈때 옛사람이 그리워

실컷 비를 맞아내고픈 충동이 일렁이지요.옷이 다 젖도록....

 

 

제가 하는 업무라는게 직원이래야 몇 안되니 이것 저것 가릴 형편이

안되기에 공장에서 제품 출고도 체크하고, 재고도 파악하고,검수 오시는

감리단및 현장 소장님을 공항에 마중과 배웅, 미진한 지역이나 대리점에

영업 독려차 순시도, 그리고 납품한 자재대금 청구로 지방 조달청이나

사업소에...경주 (대리점) 출장을 진즉부터 잡아두었지만 이차여차

하다보니 그만 또 한주가 지나치고 맙니다.

 

화요일 밤...저녁을 먹으면서 상투적으로 보는 뉴스 화면엔 하얀 포말을

비산하는 격랑과 거센 비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나운서는

경주, 울산에 "나비"가 밤새 상륙하여 뭔가 일낼것 같다는모습으로

상기된채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좍좍 나리는 비와 집채만한 풍랑에 작은 갈등이 일렁거립니다.

거기다,마치 "나비"가 비웃듯 조소하는양 손짓합니다.

 

"이래도 ... 이래도....올테야?"

 

 

 

강한 거부는 더욱 충동질을 해댑니다.

뭣에 홀린듯 돌연 출장을 내려 간다고

사장과 사무여직원에게 문자를 때리고선

주섬 주섬 서류들과 자료를 챙겨 늦은 밤 길을 나섭니다.

남녁길로....

부러 국도따라 일죽, 충주, 문경, 안동, 영천....

 

차라리 잔뜩 속살까지 젖어버린다면

더 시원한고 홀가분 할것같다는 맘에서지요.

 

"비맞이 굿"

때론 그렇답니다.

어떤 홀림 같은 주체 못할 충동질이지요.

 

 

여명의 길녁에서 차를 세운체 잠시 눈붙이고

새벽녘에 안강 지나 경주로 입성(?)을 하는데

웃기는것은...

잔뜩 불끈 쥐고 내쳐온 천리 밤길이 허망할정도로

"나비"는 상채기만을 흔적으로 남겨놓은체 먼바다로

서둘러 줄행랑을 쳐버렸네요.

간간이 꼬랑지 바람만이 휘청 할정도로 스칠나름입니다.

 

실인즉은

비가 거기 나리기에 출장 핑계 얹어서 왔더라만,

잠설친 빨간 눈망울을

비온뒤끝의 맑고 부신 햇볕이 씻어줍니다.

먹구름 사이로 파란 쪽빛 하늘,투명하리만치 부신 햇살

전혀 안그런척 아무렇지도 않은양 조용한것이

차라리 얄밉고 허망하네요.

 

"나비"...너 담에 오면....감 안둘테다.."

머쓱하게 궁시렁 대고만....경주 출장이었습니다.

 

 

 

 

헤드라이트에 반사되어 번뜩거리며

쏟아지는 빗발에 쉴새없이 버걱대는 윈도 브러쉬는

망연히 어둠을 질러가는 빗길 따라

넝마처럼 시름시름 앓다 흩어져가는 그리움을 봅니다.

 

옛사랑이 그리울때 비가 오면 좋기도 하지만

비가 버럭버럭 나릴때에 옛사랑의 그리움을

찾아나서는것 또한 좋지요.

 

 

출장 다녀와 메모 해둔것을 이제서 올리네요.

 

나비가 지난 뒷끝은 맑게 벗어졌지만

왜 이리 후즐근하게 끕끕합니까?

이제, 비가 나린다면요 그 비는 "가을비"겠지요?

 

가을비 우산속에....그리움을 안아내시기를....

 

 

2005. 9. 11. 일요일 밤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I don't like to sleep alone / Paul Anka

폴앙카의 노래입니다

  

 

 

 

 

  • 나비소식..
    이렇게 대하니 어이 이리 먼나라 애기같은지요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죠?

    후덥지근하여도..
    뜨거운 태양아래 알알이 익을 곡식과 과일들을 생각하면
    기꺼이 감사로 감수할 수 있다네요
    어제 강화에 갔다가 포도한상자를 샀는데
    어찌나 알이 크고 달던지~!
    요기 한송이 놓고 가오니 즐맛하시어요 ㅎㅎ

    파닥파닥^^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이제..

    즐밤^^행복두요^^

    답글
  • 영주띠기2005.09.11 22:26 신고

    비맞이 굿
    참 걸맞는 말이네요
    굿거리에 신명을 잡히는 우리네 심정은
    따스하고 너르다고 생각됩니다

    낮게 흰구름 흐르는 늦여름 날씨에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의 모습이 시원스럽습니다

    답글
  • 등대지기2005.09.11 22:34 신고

    옛 사람이 그리울 때만은
    창 밖에 주룩주룩 비가 와도 좋다.

    옷이 다 젖도록
    비가 와도 좋다.

    하양필통님도 자주 출장을 하시는 것 같답니다.
    늘 다니시면서 차조심 건강 조심하셔야지요.ㅎ

    전 가끔식 출장을 하면...ㅎㅎ
    다른 공간과의 만남에 재미있게 다닌 답니다.
    특별나게 여행용 가방 쳉겨서 떠날 수 없으니
    그렇게 생각하지요.ㅎ
    일상적인 잔잔한 야그 잘 읽었답니다.

    새로운 한 주 새롭게 시작 하셔야지요.
    다음 한 주는 그냥 바쁠 듯 하답니다.
    명절이 있다보니..
    고운 밤 되시구요.^^*

    답글
  • 炤爛(소란)2005.09.12 02:22 신고

    항상 바쁘신 님...

    지난 나비이야기 들으며 재미있었답니다.
    ^^*
    다시 여름으로 가고 마는 것 같은 날,
    정말 시원한 빗줄기가 그리웠습니다.

    그런데 주룩주룩 내리는 비에 옛사람이
    아니라 지금사람이...하하하~~

    아무튼 비는 가슴속의 그리움, 추억들을 다 끄집어 내게
    하는 그런 무슨 재주가 있나 봅니다.

    많은 피해 더 안주고 떠난 나비가 이쁠 뿐입니다. ^^*
    그러나 피해로 상처입은 이웃들께 위로와 함께...

    편히 주무세요~!!

    건강조심 운전조심....조심조심... 아셨죠?

    바구니 깊은 밤에...

    답글
  • 낙타기르는여자2005.09.12 03:24 신고

    노란햇살 속에,
    잘 익어서 아름다운 벼이삭이 있었습니다
    쏟아 붓는 비를 맞으며
    그가 부르는 낭만의 노래가...
    글 속에 내재해 있음을 발견하곤 한참을...
    귀 기울이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라는... 선물을 드리고 갑니다

    답글
  • 아연(我嚥)2005.09.12 07:38 신고

    나비가 상륙하던날 정말 무서운 밤이였습니다.
    윗지방 님들은 다른 나라 소식을 듣는 기분이였을테지만
    부산에서는 초 비상으로 하늘이 구멍 뚤린것 같은 그런...

    상상하기 싫은 기억이죠? 매미때 받은 영향으로
    좋지 않은 기억이 있기에 베란다 창에 테이프를 붙이는등
    소란을 떨며 그렇게 ㅎㅎㅎ 헌데 다음날은 하늘을 보며
    처음으로 하늘이 밉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언제 그랬냐는듯이 문론 피해 입은 사람들의 마음은
    많이 아플테지만 전 다행이 피해는 없었답니다.

    필통님의 일로 인해 비오는 도로를 주행하셨는 소식
    정말 큰 모험 하셨네요. 앞으로는 비 많이 오는날은 가급적
    운행을 자제 하셨으면 어떨까 하는 제 마음이랍니다.

    추석이 다가오네요. 한주도 웃음 가득한 나날 되시기를...^^*

    답글
  • joanne2005.09.12 07:49 신고

    나비가 조용히 지나갔다니 다행입니다.
    필통님의 감상에는 흡족치 못하였어도...^^
    아직도 끈끈한가요?
    추석즈음의 청명하고 맑은 한국의 하늘을 저는 상상하는데요.
    상상이란 늘 즐겁습니다. 좋은 것만 추억 되기에...

    답글
  • 루시2005.09.12 08:11 신고

    나비~
    그녀석 다음뻔엔 아마 필통님께 잡히면 국물도 없겠습니다.

    가끔은 그렇게 흠뻑 비를 맞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요.
    우리 큰아이 초등학교 6학때
    친구네 아이들과 식당에서 밥을 먹다
    그 쏱아지는 장마비~
    정말 맞고 싶었답니다.
    차마 난 못하고 아이들 부추겨
    자~~빨리 밖에 나가서 비 실컷 맞고 와라~
    아이들 좋아라~~
    이리 뒤고 저리 뛰고~~
    도심의 밤거리를 장대비를 맞으며 뛰어 다녔었죠.
    울 친구 아이들 감기 걸리면 나한테 책임지라고 눈 흘기던 모습이 떠 오르네요.
    어른의 울타리를 벗어 던지지 못하고 대리 만족???ㅋㅋㅋ
    그때만 해도 젊었나 봅니다.

    그래도 필통님안에 아쉬움을 남긴 나비 녀석
    많은 피해는 않남기고 잘 날아가서 다행이지요~

    새로운 한주간 필통님의 마음에
    빗님 보다는 햇살 가득하길 바란답니다~~^^*

    답글
  • 멍석바위2005.09.12 11:30 신고

    다음엔 태풍 이름을 강한 걸로 바꾸어야 할 모양입니다
    매미 개미 나비...
    요런 작은 녀석들이 강토를 박살 냈으니 말입니다

    늘 평안하시길...

    답글
  • 알 수 없는 사용자2005.09.12 12:58 신고

    나비가 주고 간 아픔 울릉도에는 아직 남아 있던데...
    내일부터 또 비가 온다네요.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되겠지요?

    좋은 날 되세요

    답글
  • 능수2005.09.12 14:31 신고

    출장길에 일하면서 많은 생각을 담아오셨군요
    쏟아지는 빗속에서 나비가 헤집고 떠나자리
    사람의 마음의 상처를 남기고 떠난자리....
    천제지변이야 어쩌할지 모르지만
    가끔은 인제로 인해 피해가 있어
    안타까울때가 있지요
    가을에는 뜬 구름만 지나가도 이내 소낙비로 쏟아지는지 ...
    조그만한 일이라도 책입감있개 하는 모습이 좋으네요
    새로운 한주 힘차게여세요^^

    답글
  • 별꽃앵초2005.09.12 21:50 신고

    전 피곤으로 뭉친 지친 육신 추스르느라
    불로그 친구분들의 나비에 대한 안부 조차 도 묻지 못했네요...허참...

    이제는 무박이다....하면 겁이 납니다.
    그 후유증이 일주일씩 가니 말입니다....그래서 될 수 있으면 당일로 가자 합니다.

    내일은 지리산 삼도봉에 갑니다.
    추석이 코 앞인데 영글어 가는 벼알처럼 알찬 추석이 되길 바랍니다....^^

    답글
  • 변함없이2005.09.12 22:41 신고

    무슨 일상다반사 한편이 이리도 아름다운건지요 ^^
    글을 읽는 내내 훈훈했습니다 ㅎㅎ

    나비녀석 .. 정말 담에 오면
    저역시 까망가방하양필통님 공조하에
    협공 퍼붇도록 하겠습니다 ^^

    행복한 한주 되십시오

    답글
  • talk-box2005.09.12 23:57 신고

    비가 바락바락 내릴 땐...그저 울어버리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궂이 이유를 붙이지 않아도...
    마음 깊은 곳에 있던 찌꺼기들 다 씻겨내려가도록...
    늘 고단한 길일지라도, 님의 강건함을 바래봅니다. 고운 밤 맞으소서!

    답글
  • 하 늘2005.09.13 07:47 신고

    가을비 우산속....
    그렇네요

    벌써 계절이....

    오늘은 아침부터 햇살이 따갑습니다
    늘 평안하시고
    즐거운 일 가득한 날 되세요

    답글
  • 어울림2005.09.13 08:48 신고

    태풍주의보가 내린 어느 날
    꼬맹이들을 데리고 해운대 바닷가를 찾은 적이 있습니다
    그날은 파도가 거세어 해변도로 상가까지 몰아쳤었거든요
    멀찌감찌 떨어져서 바라보지만 뭔지 모를 후련함을 얻었던 거 같습니다
    벌써 몇 년전 이야긴데
    엊그제 나비가 온다는 날 바람이 비가 세차게 내릴 때
    그날의 해운대 파도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휘몰아치던 파도가 녀석의 기억에 각인이 되었나 봅니다
    장대비나 폭풍우를 만나면 충동질이 나지요
    그 순간에 흠뻑 젖어 들고 픈...

    태풍이 지난 자리
    고요는 평화 그 자체지요
    언제 그랬냐는 듯...
    질풍노도 대신 고요를 만나셨네요

    바람보다 햇살이 더디게 가을을 그려갑니다
    여명이 붉그스럼 예뻤던 날입니다
    좋은 하루 여십시오...^^*

    답글
  • 고 운2005.09.14 01:02 신고

    낚싯꾼은 빈 첨대를 올려도
    쉬지 않고 다시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낚시를 던집니다.
    새벽을 기다리며
    빈 낚시를 다시 희망이라는 미끼를 끼워 던져 넣습니다.

    늘 평안하심으로 대어의 축복을....

    답글
  • 알 수 없는 사용자2005.09.14 01:32 신고

    비 내리는 날은 옛사랑뿐 아니라 옛 추억까지도 그리운가 봅니다
    종일 내리는 비를 보며...생각에 잠겼던 하루였답니다

    비가 내리는 날은
    님께는 조금은 번거로운 날이 되겠네요
    맑은 가을날이 오래도록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답글
  • 에나꽃2005.09.14 08:03 신고

    문자를 때린다는 말이 새삼 눈에 들어오네요
    참 재밌는 언어를......
    젊은 아이들이 자 쓰는 말일찐데 그만큼 젊으시다는걸까요? 하하하
    동해안 쪽으로 나비의 날개짓에 제법 흔적을 많이 남겼다는데 운전중이셨다니......
    그래도 안전하게 다녀오셨으니 다행이네요
    언제나 건강 조심하시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답글
  • 아이다2005.09.14 08:44 신고

    밤 늦은 시간 출장길....
    일하시면서 끼발산....ㅎ
    그러치 않은 사람이 보면,,,우슬일....

    답글
  • 춘희2005.09.14 10:17 신고

    오랜만에 뵙습니다.
    건강하셨죠? 늘 잊지않고 찾아주심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추석 되시어요 [비밀댓글]

    답글
  • 아침햇살2005.09.15 00:11 신고

    까방님의 그 여유^^
    나비인들 막겠습니까?
    속살까지 젖어보았던 여중학교 시절이 멀리서 손짓하네요
    까방님글을 읽고 있으면요..ㅋㅋㅋ

    답글
  • 수채화시크릿2005.09.21 00:26 신고

    닉이 특이해서 궁금한 마음에
    잠시 들러 봤답니다.
    나비의 그르렁대는 날갯깃을 보고
    경주로 출장을...
    역쒸,
    시인이시군요...
    그날 울산엔 동이로 쏟아 붓듯이
    비가 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