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며 생각하며

한올 한올 매듭지어질때 사랑이 거기 있습니다.(2)

까망가방하양필통 2001. 4. 4. 19:57

한올 한올 매듭지어가는 잽싼 손놀림은
언제라도 그 자체로만으로도 정성입니다.
뜨게를 하는 동안 만큼은 아련한 만족감을,
어서 빨리 떠 입고선 누구에게 자랑하고픈,
혹은, 예쁜 사랑하는 뉘에게 입혀내곤 혼자 좋아라 하는 맘이겠죠?

저희 집사람도 뜨게를 참 좋아 합니다.
뜨게질 방에도 곧잘 가구요.
가만히 보니까.....새로 짠 뜨게옷을 자랑하고 뽐내고픈 으쓱함에,
놀러온 끼리끼리 아줌마들이 이쁘게 잘 짰다면 그날은 기분좋은날.


저 한테도 안허든 코먹은 소리를 하곤해요.

 

 

 

 



근데......
지발 좀 어질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실타래 봉투가 여기저기....짜다만 것이 방가운데 터억~
또, 뜨게질 하는 동안은 본체만체 제게 소홀하고,
오로지 뜨게질에만 온 신경을.
정말이지 연속극과 뜨게질 외에는 신경을 안써요.

"거~ 좀 그만 뜨지" 하면
"갈 옷 한벌 하나 안사주면서.....이거 겨우 실값 삼만원......"
언제나 옷한벌 하나 안사준다는데엔 내가 밀리고 만다.
허긴, 메이커 옷한벌 사줘본 기억이......

 

 

 



 

작년 갈엔 결혼기념으로 뭘 해줄까 했더니,
돈도 없는데 뜨게질 실이나 사달래요, 그래서 뜨게질 집엘가서
예쁜 (정말, 아무도 안입고 있는 어렵고 이쁜옷)옷에 따른 실을샀는데,
계산을 한참 두드리더니 웬걸, 7만 몇천원....
흠칫, 디게 비싸다 하면서도 ......체면에 안살수도 없구......
뜨게질집 쥔 새댁은 하얀 얼굴로 빤히....
마누라도 그만큼 비싼지는 몰랐다며 미안해 하고요.

일제실이라는데 색색이로 쪼가리(모티브)를 족히  백개는짜서,
이어붙이고, 어쩌고 저쩌고 하여 한달남짓 겨우 완성했답니다.

대단한걸 해낸양 으쓱해 하는 마누라에게,
"여보 기념 촬영해야지.....20주년 결혼기념으로"
안간다는 말은 안하드라구요, 하하하하하
그래서 카메라 들고 중앙탑공원에 가서 찰칵~
확실하게.....사진을 A4로 확대해서리 터억~

1999년도 10 월 어느날

 

2001.   4.   4.  옮김

까망가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