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담집 사람.....사평역에서.....
토담집 사람.....사평역에서.....
사평역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연기 속에서
싸륵 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
- 곽 재 구 -
가끔씩 생각하는거지만 나 어릴적엔 재미난게 참 많았던것 같다.
연탄을 나르던 삼륜트럭도 있었고
버스 안내양의 "내리실분 없으면 오라이~~" 하는 쉰목소리를 자장가삼아
종점까지 졸고가기도 했던.....
10환짜리 동전을 맨들하게 갈아서 하트모양의 뺏지를 만들어
반짝반짝 광을내어선 모자 체양에 달고 다니기도 한....
나팔바지에 개다리 춤까지...헛허허허허
왜 자꾸 옛날 생각이 나는건지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걸까?
토담집벽에 중장비 학원 포스터와 미용학원 포스터가 참 감회스럽습니다.
아마도....월남바람불고 사우디로 일나가던 그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퍼왔습니다.
사평역은 전라도 화순근처의 시골역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친한 친구 마누라를 사평댁으로 놀려댄 기억이니까요.
그나마 톱밥난로가 있어 옹기종기...둘러서서 겨울 밤열차를 기다리지요.
굴비 한두릅,그래도 그땐 가난했어도 굴비정도는 먹고 살았나봐요.
그맘따라 퍼담아 옮겼습니다.
삼륜차...새끼줄 꿰어 낱장으로 사들고 가는 퇴근길의 자취생...연탄
"오라이~" 하는 안내양...닳아 반지르한 곤색 유니폼에 빵모자를 쓰고,
끈달린 가방을 차고 다니었던...그땐 한참 누나들이었죠.
가출의 원조가 아닐른지.....헛허허허허
하여도 악착스레 때 거르며 돈모아 시골집에 돈 부쳤던 억척스런
또순이랄까요? 그 돈으로 소도사고 동생들 월사금도 내고...
내친김에 한마디 더 할랍니다.
남루한 대학생이 버스표가 없어서 미적거리자...안내양이 기사몰래
버스표를 한움큼 쥐어 줬다는 얘기를요....뭉클한 情이지요.
여기 저기서 짜집기하듯 둘러붙인 글입니다.
옛것에 너무 집착함은 눅눅하여 권할만한건 못됩디다.
다만....그래도....
이향아님의 詩 한귀절을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글을 마무리 합니다.
"추억이라는 말에는
열손가락 찡한 아픔이 묻어있다"
촌시런 노래지만 그땐 한때 폼 잡고들 불렀던 기억입니다.
남진의 미워도 다시 한번....옛적 마음되어 같이 들어봄이지요. 헛허허허
2002.3.9. 까망가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