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며 생각하며

쳇방에서의 혼자 넋두리.....

까망가방하양필통 2001. 3. 27. 01:40

 

쳇방에서의 혼자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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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 고즈녁한 밤 입니다.....빈방의 정갈함이 차라리 좋습니다
느티나무 : 서투르지만 친구한테 배운 음악코너에서 트롯을 골라봅니다.
느티나무 : 트롯트는 언제 들어도 내맘 같다하여 情겨웁고 편합니다.
느티나무 : 거기에는 한세상 살아온 질곡이 덕지덕지 묻어나고
느티나무 : 아낙네의 한과 설움이 질펀하여 심금을 젖게합니다.
느티나무 : 간드러지는 코맹맹한 흐드러짐따라,
느티나무 : 점하나에 만난 님이 있고, 도로남이 된 사연이 있습니다.
느티나무 : 아스라한 ,,,,,추억속의 그녀.....실패감던 순아도 거기있고,
느티나무 : 역전앞 한잔술에 보듬었던 17번 헤레나도 거기 있습니다.
느티나무 : 어쩜,우리네 살아내온 춥고 배고픈 아련함이 배어져있기에
느티나무 : 애틋함이 절절하고,,,,,숨어진 눈물이 거기 있습니다.
느티나무 :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풋사랑과 첫사랑과 짝사랑이
연실마냥 이어진그런것입니다.
느티나무 : 그리고.....이별의 상처와 안타까움이
뒤안길에 뿌리어진 눈물이 곧 트롯트입니다.
느티나무 : 허긴, 우리네 낫살에 그만한 것 없다고는 볼수 없겠죠?
느티나무 : 지금처럼 핸드폰은 커녕 요렇코럼 그윽한 커피숍도 없었으니까
느티나무 : 으슥한 뚝방길을 마냥 걷기도 했고
느티나무 : 눈나리는날 오들거리면서도 하얀 입김을 안그런척 했나요?
느티나무 : 그 흔한 오리털 파카도 없었고....그냥 무명 검정교복안에
느티나무 : 잔뜩 쉐타를 껴입어 배불뚝에 칭칭감은 목도리면 그만이었죠?
느티나무 : 왜그리도 그땐 담넘어 빨랫줄엔 꼬들꼬들 얼어 바싹거리는
느티나무 : 빨간내복들이 그리도 많았더라는.....
느티나무 : 겨울날때 내복하나 사들고 오신 이모가 그냥 최고였어요
느티나무 : 헛허허허허,,,
느티나무 : 춤추는 이박사가 처녀뱃사공을 부릅니다
느티나무 : 깐죽거리듯 품빠품빠 장단에 덩달아 고개가 주억거려지구요
느티나무 : 주현미의 간드러짐은 또 어떻습니까?
느티나무 : 그땐 강남을 남서울이라 했던가 보죠? ㅎㅎㅎㅎ
느티나무 : 얘기가 시도 때도 없고.....벌써 12시가 넘어 납니다.
느티나무 : 오늘도 무사이.... 하하하하하

 

 

 

 

 

 

저는 간혹 쳇방에를 들르곤 합니다.
거기엔 우리라 하는 몇몇의 친구가 있고 엇비스듬한
살아온 얘기들을 허릴없이 노닥거립니다.
노닥거린다는 표현이 좀 걸맞지 않습니다만 (폄하하는 그런뜻은 아님)
그렇고 그런 세상 살아내는 얘기들을 이래 저래 나누곤 하죠.
어쩜, 한세월 지나진 질곡의 터널을 서로 어루어 주고 격려해주며,
비록 해를 넘긴 얼굴한번 마주함이 없더라도 오랜 친구같이
감싸줌이 있기에 좋은 친구라 합니다.

간혹은 빈방에서 혼자 이래저래 씨달픈 얘기를 주절거리기도 하죠
오늘도 그랬습니다. 혼자라서 좋았습니다.

 

 

2001.  3.  27.

까망가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