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며 생각하며

월드컵 小考 (명동에서)...( 4 )

까망가방하양필통 2002. 6. 23. 14:36

월드컵 小考 (명동에서)...( 4 )

오늘은 난적 스페인과 한판 승부를 겨루는 날입니다

그래서 영등포에서 모임을 갖고
모처럼 토요일 오후
고기좀 구워 먹으며 축구를 보자는 것이었지요.

편한맘으로 전철을 타고 갔습니다.
먼저온 친구들과 주거니 권커니 소주잔을 비우며
스페인과의 8강전을 실컷(?) 봤습니다.
월드컵 시작한 이래로 첨으로 허리띠 풀어놓고 너끈한 맘으로
정말 실컷 봤습니다.

전반전, 후반전....그리고 연장전까지....
그리고 승부가 나지않아 승부차기에 들어갔습니다.
아슬한 위기와 안타깝게도 실축한 그것들로 티비를 보는 관중들의
침을 삼키는 애태움이었지요.

승부차기...
세계에서 젤 큰 축구대회인지라,그만한 적응이 다소 불리할것 같다는
불안감에...까짓 이만큼만 했어도 잘한게 아니냐 하는 맘으로
서로를 위로하며 마른침을 삼키었지요.

 

 

 

 

 

 

 보셨죠? 다들?
크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크허허허허허허허허
5 : 3 으로 기막히게 이겼던 그 환호를....
더 이상 그 때의 감격과 눈물겨움은 감히 어찌 표현하겠습니까?
쥔장의 열손가락에 열개의 병 주둥이가 꽉낀채로 날라 옵니다.
까짓...까무러치기죠 뭐...
이테이블, 저테이블...술병이 공중을 난무합니다.
해냈다...우리가 해냈다 하는 복바침에 이테이블 저테이블 너나 할것없이
부둥켜 안고 손뼉을 마주치며 거의 발광(?)이라 할정도의
난리중의 난리였지요.
광화문에서, 한강고수부지에서....시내 곳곳이서...아니
전 국토가 한순간에 뒤엉켜 부둥켜 안음이지요.

헛허허허허허
외갓여자를 이렇게 순식간에 손뼉을 마주치며 손잡고,
폼나게 부둥켜 안아보기는 또 처음입니다.
우리 축구가 이겨서 당연 좋고
덤으로 이사람 저사람 막무가내로 안아봄은
역시 대한국민 만세입디다^^

이럴줄 알았더면 폴란드전부터 축구보러 나가는건데....
무지 후회막심을.... 헛허허허허허허허

좋아서 흥청망청하다가 소주 예닐곱잔이 과했는지....
화장실에 가서 그만 다 토해냈지요....
핑그르르 도는 아찔함속에 쭈그린체로 컥컥대니
눈물콧물이 범벅이더라구요.
이리 보대낄것 뻔히 알면서 왜 마셨나 하는것보담도
그래도 화장실 바닥에 쭈그린채로 " 그래도 대한국민 만세다~"고
숨을 몰아 쉬었답니다.

여세를 몰아 노래방엘 갔습니다.
누군가가 노래방엘 가자고 선동을 하였던 게지요....
"또 부둥켜 안을라고.....난 죽겠구만은...???"
노래방에서 술취한김에들...대한민국을 소리치며 어깨동무도 하고
뒤 엉켰슴은 안봐도 훤하지요.

 

 

 

 

 

 

또 나이트 가잽니다.
술취한 놈들이 더 기운도 세드라구요.
막무가내로 팔짱을 끼고선 빨간 "대한민국"사이를 두팔 흔들며
손뼉을 마주치며 히히덕이며 헤쳐갑니다.
기회는 요때다 하고 난 북과 꽹가리와 호루래기를 불며 무리져 가는
붉은 떼거리속에서 악다구니를 쓰며 주먹을 쥐어 흔들며 묻혀갔습니다.

담에 친구들을 만나면...
"근다고 니기들이 나 취했다고 띠어 놓고 가부러~???
의리없는 놈들 같으니라구"
그리 먼저 소리 지르면서 눈 흘기는 놈이 당연 이깁니다.
저의 상투적인 수법이거든요....헛허허허허허허

9시가 넘어서...휑한 취기에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용케도 명동으로 가는 버스였어요. 명동에서 내렸습니다.
한바퀴 돌았습니다....설렘이 부들부들 했습니다
두바퀴 돌았습니다....벅참이 뒷골까지 흔들거리더군요.
세바퀴 돌았습니다....그냥 빨간색따라 돌았습니다.
네바퀴 돌았습니다....발바닥이 아프고 얼얼하였지요. 목도 쉬고요.
브라질의 쌈바 축제는 저리 가라 입니다.
한복판 인파속에서 즉석사진을 한장 박았습니다.3000 원 달라더군요.
나도 대한국민임을 실감하기 위해서 붉은악마들을 뒷 배경으로 찍었지요.

이태리도 심판 판정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유치한 소리도 쏙
들어갔을겝니다...지들도 눈으로 보면 알지요^^
이제 내친김에 ....헛허허허허허...결승 가야겠지요?
히딩크 말대로 우리라고 준결승 가지 말라는 벱이 어디 있습니까?

그랬습니다.
그냥 좋은 맘입니다
좋은건 그냥 좋습니다.

축구가 끝나고 딴엔 기진하여 지쳐짐 심사에
술에 취하여 목쉰소리로 툭 던져진 말 한마디가 적잖이 저릿합니다
"정치하는 인간들도 눈이 있으면 좀 보고..히딩크 데려다
강의좀 받아야 쓰겄네..."
"인제...여기서 물러서지 말고 한단계 도약을 해야 하는디...
그래야 하는디..."
"여세를 몰아서 그래야제...그리 될꺼구먼...."

아무려나
어쩜...오늘의 만세는
기미년 전국 방방곡곡 삼일독립만세 이후 이만한 거국적
만세운동은 첨인가 합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삼천만이 한결같이 유관순 누나입디다^^

그리고 더욱 아름답다 하는것은
광란의 군중속에서도 서로를 위함과 배려가 곳곳에 엿보이고
번쩍거리며 경적을 울리고 태극기를 흔들며 고래 고래 소리지르는
그 와중에서도 질서는 분명 있었습니다.
항간에 월드컵베이비붐이 있을수도 있다는 우려 또한 크게
걱정 안하셔도 될것 같습니다.
헛허허허허허허

오늘도 좋은 맘
2002.6.23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