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며 생각하며

숨바꼭질.......(우동순이님 멜)

까망가방하양필통 2001. 5. 4. 23:56

숨바꼭질.......(우동순이님 멜)

 

      " 가방하나 등에 멘 시인이
        숨박꼭질 밤이면
        나는 젖은 날개로
        둥지로 돌아가는데
        달은 밤하늘아래
        누굴찾아 동에서 서로
        다리없는 허공을
        날마다 건너고 있나."



이런 詩를 썼습니다.
서예전에서 내가 아는 詩를 한동안 넋을 잃고 봤습니다.
가방 하나 등에 맨 시인은 가난한 사람입니다.
허허로운 영혼의 노래 였습니다.
그 시인은 눈물 나게 배가 고픕니다.
막걸리한잔 마음놓고 먹을수 없습니다. 하지만 얼굴은 투명 합니다.
그 시인은 현실에 속해 있으면서도 저승에 사는 사람입니다.
가슴저림이 찡하지만 나도 부담스러워 얼굴을 돌린 사람입니다.

보란색 니트 투피스를 입고 고상한 자리에 초대되어 갔다가
마음 아픈 달 하나가 나를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가방하나 등에 맨 시인을 만나면 시가 좋았다고 꼭 말할것입니다.
내 마음에 꼬옥 와 닿았다고 웃어 줄것입니다.

 

 



참, 까방가방하얀필통이 새겨진 몽마르뜨 앞에 있는 까페에 갔습니다.
그곳에 까망가방하얀필통이 들어 있을거라는 정겨움을 느끼며 왔습니다.
몇년전 호기심에 그곳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이곳에 오시면 "시인의 공원"에서 커피를 잡수세요,
제가 일회용 종이 컵에 커피를 타드릴께요.
돌솥우동 먹고 싶지요?

 

 

 

 

촉촉함이 흠씬 묻어나는 봄비 나리는 아침 나절,
정말 오랫만에 해갈까지는 못하드라도
마른 먼지를 가셔냄이 상큼하다.
간밤에 멜을 확인하다가 고향동네 우동순이님의 시 한자락이
잔잔하게 마음에 닿는다.

우동순이님은 충주 연수동에서 자그마한 즉석우동집을 하시는 분인데
우동집 바로 길건너에 "시인의 공원"이 아담하고......
가끔은 각기우동 한사발 너끈하게 해치우고 커피 한잔에 쉬어가던곳.
거기엔 몰라도 안듯한 또래의 친구들이 나그네되어 스쳐가기도 하지....
몇달 들르지 못했는데 좋은 편지를 주셨다.

오래전 어느날엔가 받았던 메일입니다

 


2001.  5.  4.  옮겨적음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