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에 편지....쓰기
비가.....막....내리내요.
뿌연 보라를 일으키며 회색어둠에 빗줄기가
좌악, 좍.....쏴아~
뜨건 커피 한잔을 거머쥐고선
멀거니, 베란다 너머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다가,
문득, 편지를 쓰고 싶다는 충동이 일렁입니다.
누군가에게....누구라서.....
그렇죠?
그런 맘일적이 있죠?
오늘, 내친김에 편지를 써 보내자구요.
앞뒤의 문맥이 안맞고, 띄어쓰기가 엉뚱하고, 철자가 틀린들
그게 대숩니까?
그냥....그냥이지요.
그가 친구이거나, 애인이거나......아님, 신세를 졌던분에게,
오래된 은사님도 좋구요, 그도 아님 늙수구레한 형부나,
지금의 이맘을 편한대로 몇자 두드리는 겁니다.
좌악좍 쏟아지는 빗살을 보니 불연 보고싶은맘이라는둥,
크다란 유리창 너머로 방울져 알알이 맺힌 빗방울을 세면서
소곤소곤 커피향내를 훔쳐내던 옛기억이랄지,
아님, 쏘낙비에 흠뻑젖은 처연함에 흠칫 반해서 프로포즈를 했다는
반대로,우산을 받쳐준 그네의 어깨가 참 다수웠다는숨은 맘도 건네구요,
글고 쪼메 찐하게......
덕수궁 돌담길을 거닐어 보자는 데이트신청을.....크크크크크
요즘세대에 이런 유치하고 속보이는 맹함일랑은 좀 멋적고 드물죠?
헛허허허허허,
그런 마음을, 세찬 빗살따라 홍건히 보듬어 내어봄은
밉지는 않을겝니다.
비 나리는 날엔 괜한 싱숭함이 물씬하여져
착잡하여지기도 하고, 빗살따라 오래된 사연이 번져나기도 합니다.
어쩜, 습기머금은 촉촉한 처연함이
묵어진 情스러움을 반추시킨달까요?
자, 이 억수빗살이 그치기 전에 우리 편지를 쓰자요^^.
저도 이글 쓰고 나서 편지를 쓸겝니다.
누구한테 쓸꺼냐구요???
쿠쿠쿠쿠쿠쿠,
문경새재 왕건 촬영장에서 여념없이 주차관리를 하는
문수경(수경; 의경중 고참계급...복무중인 큰놈)에게요....
(빤한 거짓말^^)
헛허허허허......비가 개이는군요.....개이면 안돼는데.....
2001. 7. 21 토요일 오후나절 커피 한잔의 넋두리^^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