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망록....(해묵은 노트에서...사랑하는 사람아....)
"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
문정희님의 "비망록"이라는 詩의 한 부분이다.
두어번을 입속으로 조아리며 내맘 같다 하여 애잔함이 저미네요.
깊어진 밤...비어진 정적은 언제라도 고즈녁 합니다.
촛불하나 세우고선 물끄러미....불연듯 어떤 잔영에 흠칫 합니다.
오래 오래된....이미 헤진 노트의 누런 책갈피에서
애써 지우지 못한 그네를 봅니다.
뎅그러니 휑한방 구석에 작은 이부자리 하나....그네의 앉음이 거기 있고
어쩜 장난끼 서린 생글한 눈초리로, 아님 우수에 찬 서글한 눈망울로 바라봅니다.
고개를 좌우로 크게 저어봐도 그래도 거기에 꼼짝 않고 나를 가만히 응시합니다.
어서 팔베개를 하여 주라는양.....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지만 그네의 잔영을 차마 가리울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아.....
가만히 안아내어 머리칼을 쓰다듬음은 차라리 숙연함이었다고...
포갠 마음이, 내가 니가되고 니가 내맘에 한가득 할제 서로는 눈물지었지...
사랑은 두개가 될수 없다며 차마 숙이어 떨군 네 목덜미가 시리도록 하얗고나.
내맘 내 다알고 내맘 니 다 안다하여....행여 뉘라서 갈라놀까봐
빈바람조차도 지날 틈새 없도록 꼬옥 안아내었지.
하지만,
한주먹만한 틈새가 이내 보이지 않도록 아득히 떨어지고만.....
사랑하는 사람아....
사랑하는 사람을 함께하지 못한 애틋한 안타까움은
한자락 회연색 연기에 실어 보낸들
부질없고 멀건한 마음일 뿐입니다.
내 사랑인데....정녕, 내 사랑인데.......
"잘 다녀 오세요....다음 내려 올때까지 몸 건강 하구요...."
그네의 마지막 말 한마디를 품어내어
외론 빛 발하는 촛불을 끕니다.
불연...내 자신이 초라하고 밉습니다.
울컥 하는 맘을 행여 뉘 볼새라 눈을 질끈 감고 말지만
깊은 밤은 속절없습니다.
내살 어디엔가 스쳐난 그네의 다순 그리움을 보듬어내며....
덜커덩 거리는 까만 차창에 기대여 먼길을 되돌아오는,
큰 숨을 몰아쉬어 가다듬고선 잔잔한 그리움을 가슴에 포갭니다
오고감의 긴 시간 속에서 그네와의 짧은 해후가 못내 저릿하기만 합니다.
오랜 헤어짐 지나 짧은 만남은 언제나 되돌아설적에 아련함이 애틋합니다.
내맘 이럴진데 그네 마음 또한 잔잔한 전율에 삭힘을 참아내었을겝니다.
내가 너에게 남긴 노래 하나....
연보라빛 코스모스 피어있는 프랬트홈
옷소매를 부여잡고 한없이 우는 고운 낭자여
구름다리 넘어갈제 기적소리 목이메어
손수건을 적시면서 떠나가는 삼랑진.......
조용한 밤에 기도를 합니다.
그네에게 부디 평안하고 좋은 맘을.....그리고
우리 사랑 밉더라도 소중한거라는.
해묵은 노트에서....
집사람과는 직장따라 별수없이 오랜동안 떨어져 살았던 기억이네요
2002.4.15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