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며 생각하며

몸은 가장 진실한 언어

까망가방하양필통 2003. 8. 30. 23:13

 

결혼을 앞둔 내게 선배 언니가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대학입학과함께 써클선배에게 찜을당해 공인된 캠퍼스커플이었던 두사람
한 일년쯤 지난 날부터 남자는 술만 취하면 늦은 시간까지 선배를 붙들곤 했다.
함께 있고 싶다는 유일한 이유를 어설픈 고독과 취기에 실어서 그녀에게 속삭였다.
이밤을 함께 보내고 싶다고.
보채는(?) 남자와 갈등하던 여자....

그녀가 망설인 이유는  순결 따위가 아니었다.
마른몸에 상대적으로 짧은 하체....볼품없는 빈약한 가슴
스스로 컴프렉스였던 자신의 몸을 보여줘야한다는 사실이
이후로도 일년을 더 망설이게 한 이유의 전부였다.

그러나 사랑하는 두 사람은
동해안 변두리의 어느 허름한 여관에서 첫밤을 맞았고
그녀의 몸을 닦아주던 그가 말했다.

"몸이 참 예쁘다"


결혼후에 깨달은 사실 한가지
말은 입으로만 하는것이아니라는것
몸은 가장 진실한 언어의 전달매체라는것.
사람이 고우면 그 사람의 몸은 악기가 된다.

 

 

 

 

 



"그림을 읽어주는 여자" (지은이 한젬마) 34페이지에
"사람이 고우면 그 사람의 몸은 더 예뻐 보인다"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국내 최초로 그림 DJ 한젬마의 러브갤러리라 하는 책인데
표지가 단아하고 뭔가 끌리기도 하지만 그림 DJ 라는 말이 호기심이 갔지요.
일반적인 평론이 아닌...그림을 보면서 스스럼 없이 떠오르는 작은 얘기를
젊은 여자의 나름대로의 여운을 적어내린 글입디다.
위 글을 읽으면서 짧은글이지만 어떤 감동이 오래 오래 와 닿더라구요.
어쩜 가을 깊은밤 달빛에 일렁이는 잔 물결의 호수를 바라보는듯한....
그 여자 선배의 애틋하였던 긴 시간을
마치 곁에서 보며 더불어 안타까운 맘에서였을까요?
순결따윈 그다지 맘에 안걸렸다는...그러면서도...자신이 본 볼품없는
몸매에 자신이 없어서라는....남자 친구를 되돌아보낸 뒷모습을 멀거니 보면서
참담한 어떤 슬픔을 울컥 하였을지도 모르지요.
"몸은 가장 진실한 언어의 전달매체라는것."
살아내면서...덤덤해 보이기도 하고 혹간엔 미워보일때도 있겠지요?
괜한날에 그리도 예뻐 보인다고 파고 들기도 할때면.....
헛허허허허

사랑은
젤루 좋은것 보담도 한뼘 더...좋은것입니다.
갈밤이...선선합니다.
올 가을은 짧을거라는 말에 괜스레 심술이 납니다.
2003.8.30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