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며 생각하며

덕수궁 돌담길....

까망가방하양필통 2003. 10. 31. 21:34

가을 러브레터

가을 나무벤치에 앉아 있었죠

어깨위로 떨어지는 잎이
무얼 말하고 싶은지
당신을 그렸죠........ 인애란님의 글첫머리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습니다.
정말 첨으로요.
말로만 듣던 그길...막연하게 그리움과 동경의 그길을 걸었습니다.
노랗고 갈빛머금은 낙엽이 돌담길 따라 바람에 흩날리는 정경은
나의 상상속의 그림처럼 고즈녁하고 스산한 갈빛 머금은 외론길일거라는
그 기대만큼은 못미치지만 그래도..."덕수궁 돌담길"이라는
낭만이 머무르는 전설적 그 길이라는데에서 작은 위안을 갖습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구나 하는것을 다시금 느낍니다.

노란 낙엽이 너플거리는 그길에
빨간구두 아가씨의 발걸음을 세며가는 똑,똑,똑...구둣소리에 뒤따르며
한번쯤 뒤돌아 볼텐데...하는 설렘으로 돌담길을 걸었다면
정녕 그길은....오랜 마음으로 아련한 추억을 가져다 주었을테지요.

오늘은 시립미술관 옆 상업등기소엘 서류봉투를 겨드랑이에 낀체
허겁허겁....물어물어 갔었으니까요.
오층까지 엘레베타도 없는 계단을 버벅대며 올라 일을 마치고선
내둘내둘....종종걸음으로 나서는 그 맘에 무슨 운치가 끼여들겠습니까?


근데요....이때 제게 참말 좋은 행운(?)이 따랐습니다^^

"띠루루루룩....문** 입니까?...예, 전데요....주민등록증 놔두고 갔네요..."
돌연 한참을 걸어나온 걸음과 오층까지 다시 삘삘대고 올라갈것을 생각하니
뒷통수를 한대 떵~ 얻어맞은 허탈감과 함께 번뜩 스쳑는 어떤 기운을 느꼈답니다.
"에라이~...이판사판이다"
바로 시간과 거리에 대한 포기, 즉 비운다는것이지요.
그러고 나니 그토록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덕수궁 돌담길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릿하게....다가왔습니다.
바람에 씻겨나는 잔 이파리의 나뒹굼이 그리도 소담하드라구요.

오기택의 빨간구두아가씨를 휫파람으로 불며 떠벅떠벅 걸어냅니다.
앙징스럽게 진열된 길가의 악세사리 진열대도 기웃하고요
노란 단풍나무아래 벤치에 빨대꽂은 컵을 쪼르르르 빨아대는 채크무늬 치마의
아가씨도 참 해맑게 눈에 띄고요,
낙엽이 회로리칠적에 핑계삼아 얼른 헐렁한 사파리 옷자락으로 감싸주는
젊은친구의 재치스러움과 응큼(?)하게 겨드랑이속으로 파고드는 앳띤 학생이
그리도 이뻐 보입디다.

영남이와 복길이(전원일기)가 펑크머리에 머플러까지 두르고 요모조모
폼을을 잡아내고 열심히 촬영을 하네요.
아마 무슨 겨울옷 화보찍는가 싶드라구요.
티비에서 볼때완 영 다른 신선감과 생으로 보았다는 우쭐감 또한
돌담길의 정경이 한폭의 작은 유화같았어요.
그렇잖아도 램브란트의 전시회가 덕수궁에서 열리고 있다는데....
잠시 길섶 벤치에 앉아선 담너머의 비싼(?)그림을 상상으로 떠올립니다.
깃달린 까만 모자의 거만한 램브란트 자화상이나
비스듬히 누워 발을 씻는 여인네의 풍만한 裸身 그림은 중학교시절엔
숨어보는(?)그림중 하나였드랬지요.
헛허허허허

되게 할일없는 머쓱한 아자씨가 되어선 덕수궁 돌담에 박힌 가지런한 돌을
한개 두개 세어도봅니다.

 

 

 



"언제나 아름다운것은
곁에 남아있는것이 아니라
사라져간 것들뿐...."이라고 눈물편지에 박성철님이 읊조리었나요?
덕수궁 돌담길...은
바바리깃을 곧추새우고선 그리움을 삭히어 걷는 처연한 뒷모습이 더 멋있었던
흑백영화의 한장면으로 고이 간직한체 떠벅떠벅 걸어나옵니다.

노란 잔 이파리의 낙엽 뒹구는 돌담길을 빈마음으로 거닐어 보니
비로서 돌담길이 거기 있습디다.


잠시 머무른 마음이었네요.
돌담길 어귀에 호도과자 굽는 단냄새가 그리도 좋네요^^
헛허허허허...그렇다는겝니다.

시월의 마지막밤입니다...
2003.10.31.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