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느티나무입니다....
칙칙한듯한 그레이 톤이
차라리.....땡볕에 지쳐진 맘을 서늘하게 해주어 올립니다.
느티나무는 매끄럼이나 준수함은 없습니다. 다소 산발한 느낌이.....
하지만....느티나무는.....언제나 그늘이 넓죠?
한 여름 땡볕에 헉헉대며 지나는 아스팔트 길따라,
샛길에 들어서면 구불한 개울따라 한적함이 나긋한 시골 들녁이 펼쳐지고,
거기엔,영락없이 묵어 고목이된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그늘아랜 얼기설기한 나무 편상이 있는가 하면
편편하게 아예 공그리(콘크리이트)를 쳐 놓아<BR?
쉬어 날만한 맘을 사로 잡습니다.
한여름 뙈약볕이 더하면 더할수록
느티나무의 그늘은 더욱 칙칙하고 습한 서늘함을 줍니다.
거기엔 동네 할아버지들이 모여 두런 두런 동네 살림을 살핍니다.
"텀벙네 손주가 순사 시험에 됐다구먼,
"미라실에 봉정댁이 새참내러가다 배암에 물렸대야.....
"샛말, 준구아제 며느리 있잖은감?....수술도 못하고 덮어부렀다구먼,
"김주사네 둘째가 부돈가 뭔가 나갓고 땅이고 뭐고....
이래 저래한 애깃거리들....
어쩜 그맘엔 잘 돼야 될텐데....다 늙어서 거들수도 없구.....
하는 안스러움 입니다.
허옇게 센 머리와 ....잇빨새로 새어나오는 어눌한 말투와
구부정한 허리에 한 세월이 보입니다.
한때는 기세등등하게 씨름판도 벌리고, 품앗이도 하고
말술도 자랑삼아 호기를 부리기도 했던 왕년의 동네지기입니다.
20 - 30 대때엔 건성으로 인사드리고 지나치기만 했던 느티나무 그늘에
이젠, 동네 어르신들의 두런 두런함이 그리도 살겨웁게 보여지기에,
가다말고 주막에 들러, 신 김치에,두부 두어모 곁들여
막걸리 너댓병을 차림하고 지납니다.
머잖아 내 자리(?)입디다.....헛허허허허,
이젠 그것도 차츰 소원해 집니다.
느티나무 밑에 꾀죄한 허연 어르신들이 하나,둘...보이지 않습니다.
더는, 더 늘어나지도 않습니다. 줄어 들기만 하지....
이젠....느티나무 그늘이 아예 비어져 있는적이 자주입니다.
길따라 지나는 나들이길에 그늘이 넘 좋다 하여 돗자리를 펴고선
그늘아래서 고기를 구어먹으며 쉬어 가는 자리로 변해갑니다.
어느 한곳의 느티나무 뿐만 아닙니다. 거개가 다 그런것 같습니다....
" 느티나무 밑에 아저씨들 모여 장군 멍군 장기를 두던곳....
그리운 고향, 그리운 친구.....
정든 내 고향 집이 그리워 지네....."
예전 그리움이 자꾸 퇴색되어짐이 아쉬웁다고나 할까요?
땡볕에 헉헉대는 오후나절.....
여름 그늘을 그리며......한 생각입니다.
글을 올릴때는 까망가방하양필통이라는 필명을 쓰지만,
느티나무는 제 아이디 입니다.
언제부턴가.....넉넉한 그늘이 좋아보인다 함이....
그래서 느티나무라는 아이디를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느티나무같이 너른 그늘을 갖고 살아내고픈 바램이라고나 할까요?
2001. 8. 4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