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며 생각하며

눈물보다 맑은 소주를 마시며.....

까망가방하양필통 2004. 4. 16. 00:48

 

 

눈물보다 맑은 소주를 마시며  우산 없이 산 지가 몇 년은 된 듯합니다.

비를 맞는 일이 도시에서는 정신 나간 사람의 일이겠지만 비를 맞으면 색다른 기쁨을 주지요.

 

머리를 흘러내린 빗물이 가슴을 타고 흘러내려 허벅지 쯤을 흐를 때는

간지러운 듯한 묘한 쾌감. 젖고 젖어 더 젖을 것이 없을 때까지 걸으면

그 끝에서 찾아오는 나른함. 그리고 추위. ............

 

오늘좋은날님의 쫄딱젖은 모습에 빗소리를 담아왔습니다.

 

 

 

 

 

 

 

어느날엔가... 우연이든, 아니면 그렇고 그런 맘에서이든

주륵주륵 나리던 빗속을 하염없이 젖어내며 걸어냈던 그런 기억이 새록 합니다.

물론 가릴만한 우산이 없었슴이고, 우산을 가져다줄 누군가는 택도 없었던,

그리고 설령 누구랑 같이 곁다리로 우산을 받쳐쓴들 우산밖으로 삐진

어깨 반이 시려짐이 싫고, 그 보담도 작은 우산아래 둘이 비집게 엉겨선

물웅덩이를 재주부리듯 요모조모 비켜내고, 깡충,건너뛰는 망둥이 같은 몰골이

더 싫었을테지요. 어른이 되서는 아예 택시를 타거나 커피숍에 들러 비

그칠때까지 피하지만 특히나 고등학교 시절의 그 빗소리는 아직도 귀에 생생하고

쫄딱 젖어진 모습이 멋있었던것 같아요. 헛허허허허

 

조금씩 젖어든 빗물에 어느새 철썩 달라붙은 앞가슴, 등짝에 차가운 빗물이

주르르르 흐르고 바짓가랭이가 뻐석뻐석 할때쯤엔 옆구리에 가방을 끼고선

오히려 의젓하게 꼿꼿이 걸었네요. 행여 지나는 인기척에 괜시리 득의 양양하며

사관생도 같이 보무도 당당히 물웅덩이고 흙탕물이건간에 철벅철벅~

오로지 일직선 일뿐입니다.

 

동네 골목길에 접어들어 뜻하지 않게 마주친 여학생은 순간 고개를 떨구고

총총히 지나칩니다만 안그런척 하여도 곁눈질에 애틋함이 스쳐납니다.

눈동자의 광각이 그리도 파노라마처럼 다 보여지기에....

 

쫄딱 젖어 빗물이 사정없이 온 몸뚱아리에 주르르르 흘러내릴때면

알싸한 찬 기운이 간지르하고 묘한 쾌감이....

그것은 어떤 체념과 포기속에 차라리 홀가분함 같은것이죠.

 

문득, 빗소리를 하염없이 들으면서 하얀 모니터 앞에서 헤죽 웃어봅니다.

헛허허허 그렇다는겝니다.

 

그런데...이즈음에 이르러선 주륵주륵 나리는 빗속을 크다란 우산을 받쳐들고

또각또각 걸어낼때면 다소 처연하다 하는 심사에 허허로움이 깃드네요.

 

어쩜 그것은 사랑과 애증이 점철된 살아내온 그리움이 아련하다는....

저며드는 빗소리도 나이따라 틀립디다요. 헛허허허

 

 

2004. 4. 16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